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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2.18 [수원 매탄동, 영통구청] 구이몽 , 소고기그자체

드디어 .
맛있는 소고기는 빛이자 소금이다. 먹는 순간 혀에서 빛이 나오는 것과 같은 충격이 펼쳐지기에 빛이라 할 수 있고, 개인적으로 소고기는 소금에 살짝 찍어 먹는 게 가장 맛있기에 소금이다. 따라서 빛의 삼원색은 RGB(Red, Green, Blue)이기 때문에 소고기는 빛의 색으로 꾸며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소금 한톨. 굵은 소금이다. 소고기를 먹었을 때 입에서 빛이 나는 것은 밑의 그림을 참조해보자.

출처 : Matrix 3 : Revolutions, Keanu Reeves, Strong Power Gained after Beef. 쿠아아아앙. 힘이 난다 힘이 나.



앞서 을지로뽀개기 편의 '스테이킹' 푸드트럭 이야기를 할 때 조선 시대의 소고기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추가로 에피소드를 덧붙여보고자 한다. 세종께서는 명재상 영의정 황희를 특별히 여기셨는데, 황희가 서달사건으로 파직하였다가 좌의정으로 복직한지 얼마 안되어서 모상을 치르고자 3년간 자리를 비우겠다고 했다. 하지만 세종은 후임을 임명하지 못하니 3달 후에 복직을 명하였지만, 수 차례에 걸쳐 상소문을 올려 이를 사양하였다. 그러자 세종은 소고기를 하사하시었다. 부모상을 치르는 3년 동안은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법도이나, 왕이 내린 고기, 그것도 무려 소고기. 그러자 황희는 눈물을 흘리며 이를 들고는 복직을 결심하였다고 한다. 그만큼 소고기가 가진 상징은 어마어마하다. 추가로, 황희는 원래 소에 관심이 많았으니, 길을 가다 농부에게 물었던 일화가 있다. "여보시오, 거기 누런 소와 검은 소 중에 어떤 소가 더 일을 잘하는가?" 하니 농부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누런 소가 일을 더 잘하옵니다."라고 아뢴 일화가 있다. 그만큼 황희는 원래 소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것이다.

소고기를 취급하는 곳은 많다. 하지만 왜 '구이몽'인가. 우선 식당 이름에서부터 고찰을 해볼 필요가 있다. 구이몽. 왠지 모르게 포켓몬이나 디지몬이 생각난다. 해당 작품들의 등장 몬스터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의 이름은 속성과 능력을 대략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서 '구이몽'은 고기를 잘 굽는 몬스터처럼 직관적으로 유추해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너무 짧은 생각이다. 이 식당의 고기를 먹고나서 '헤헤 고기를 잘굽는 몬스터 헤헤'하면서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느낄 것이다. 깨달음이 있는 고기이다. 나는 조선 숙종 때의 소설가, 김만중 선생님이 떠올랐다. 그의 작품 구운몽. 당나라 때의 고승 육관대사의 제자 성진이 용궁에 심부름을 가는 것을 시작으로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허무함을 느끼던 중 호승의 도움으로 잠에서 깨어나 깨달음을 받고 진정한 삶의 진리로 극락 세계에 가는 내용인 소설이다. '구이몽'의 고기를 화롯불에 치익치익 구워 입에 넣는 순간 매트릭스의 키아누리브스처럼 입에서 빛이 나며, 그간 꿈에서 깨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생각이 든다. '아 그간 먹어왔던 고기들은 한낱 꿈에 불과하구나. 아시발쿰'.

※지극히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며, 이 포스팅에 과하게 몰입해서 쓴 것입니다. 마지막에 과격한 표현은 생생한 표현을 위한 것으로 양해부탁드립니다.

'구이몽'의 내부는 이렇다. 살짝 이른 시간에 갔기에 자리가 널널하게 있었다. 잠시 후에는 사람들이 몰려온다. 이 날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 시간에 가서 방해받지 않고 맛보고자 계획했던 날이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없다고 생각하진 말자.

식당 테이블의 구조는 전통 11자 구조로 가운데 통로를 통해 양쪽의 테이블을 컨트롤할 수 있는 전형적인 중앙통제시스템이 구축된 식당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구조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가운데 통로만 지나감으로써 양쪽 테이블의 부족한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과 구움현황을 파악하여 더 높은 품질의 굽기를 중용해 손님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이렇게 단호할 수가 있는가. 아니 이렇게 결의에 찰 수가 있는가. 얼마나 솔직한가. '구이몽에서 판매되는 와규는 한우의 1+ 또는 1++정도의 최고급 등급입니다.' 이 문구가 가장 마음에 든다. 1+ 도 아니고, 1++도 아니고, 그날 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무조건적으로 1++ 등급이라고 하지 않는 이 솔직함이 너무 마음에 든다. 또한, '1++정도의'. 1++도 아니고 그 정도의 품질이다. 이는 소고기를 볼 줄 아는 사람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표현이다. 고기를 두고, "자 이 고기의 등급은 어떻게 됩니까?" 라고 했을 때, "일쁠쁠!" 혹은 "일쁠!" 이라고 하면 그 기준이 궁금할 수도 있다. '과연 어떻게 저렇게 단호하지? 속이는거 아냐?'. 하지만 "일쁠쁠 정도..?"에서 자신의 겸손함으로 스스로를 낮추고, 고기에 대한 평가는 최고점으로 줌으로써 완벽한 품성을 지닌 문구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마지막 -구이몽- 서명은 그 단호함을 완성한다. 알겠습니다. 등급은 따지지 않고, 맛있게만 해주시옵소서.

고베식 소고기 구이에도 한 일화가 있다. 고베는 소고기로 유명한 일본의 지역이름이다. 당연히 소고기 자체도 유명하고, 그에 따라 소고기를 굽는 방법도 유명하다. 따라서 고베식 구이 라는 말도 생겼다. NBA의 유명한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의 아버지는 이 고베식 소고기 구이가 너무 맛있어서 자신의 아들의 이름을 고베로 지었다. 그렇게 지어진 이름이 KOBE 브라이언트. 소고기는 이렇듯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고대 철학의 아버지 소크라테스, 아테네의 스승이라고 불리던 소크라테스는 이런 말을 했다. "너 자신을 알라." 그렇다. 우리는 우리가 먹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그런 부분을 사장님께서는 고려하셨던 것이다. 내가 주문하는 고기에 대해 알려주고자 이런 내용을 붙여 놓으셨다. 알고먹으면 더 맛있다. 이때 생각나는 우리나라 고유의 표현이 있다. "넌 아는 것도 많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많겠다." 그렇다. 난 먹고 싶은 것이 많다.

살짝 고개를 돌려보니, 이른 시간에만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고기를 손질하고 계신다. 테이블에서. 신뢰의 공간이다. '그대들이 먹는 고기는 이렇게 손질이 됩니다' 라는 것을 볼 수 있기에 더욱 좋았다고 할 수 있다. 고깃집에서 오픈 키친은 큰 의미가 없다. 고깃집의 8할은 손님 앞에서 이뤄지니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렇게 구워지는 고기들은 어떻게 손질이 되는지 알 수가 없었는데, 고기 손질마저 오픈하다니.. 떳떳하기로는 최고이다. 내가 먹는 고기가 그 고기구나. 그렇게 정성스럽게 손질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박을 서비스로 주셔서 하는 말은 아닙니다.

화로다. 일본식 화로처럼 동그랗게 생겼다. 그 안에 숯이 빼곡히 들어있고, 그 위에 네모불판이 올라온다. 응? 왜 네모지? 화로가 동그랗다면...불판도 동그랗게 생겨야지..? 이상하다 싶었지만, 생각이 난 항상 짧은 것 같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구이몽에 오면 나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 생각은 사장님이 하시고, 나는 먹기만 하면 된다. 답정먹. 구이몽의 소고기는 정말 질이 좋기 때문에 많이 구워 먹으면 아깝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살짝만 적당히 구워야 한다. 하지만 사람은 욕심이 많다. 그래서 여러 점을 올리게 되면, 잠시라도 더 구워지는 고기가 생긴다. 이 때에 지나치게 구워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네모판을 쓴다. 저 튀어나온 부분에 고기를 올려두면 된다. 심지어 네 귀퉁이이다. 세모도, 육각형도 아닌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네 귀퉁이는 한 테이블에 4명이 앉았을 때를 시뮬레이션 한 것이다. 얼마나 적당한가. 불판이 네모라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자. 한 단계 위의 시스템이다.

밑반찬 샐러드이다. 처음에 제공되는 양상추와 양배추 샐러드이다. 둘 다 소스는 간장 베이스로 만든 소스이다. 보통 이렇게 나오면 나는 양상추를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곳은 다르다. 양배추가 단연 맛있다고 느껴진다. 그 이유는 중간중간 보이는 김가루와 아주 작은 멸치들이다. 이렇게 같이 먹으면 머거X사의 칼몬드가 생각이 난다. 아주 좋아하는 맥주 안주이다. 아주 적게 들어간 듯 하지만 양배추 향과 김과 멸치의 향이 아주 멋드러지게 어우러진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다.

헤헷. 고기다. 꽃살이다. 처음부터 이 식당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이다. 블로그에 이런 말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사장님께서 먼저 한우보다 와규를 권하신다. 본인이 드셔도 와규가 더 맛있다고 하신다. 얼마나 신뢰가 가는 말인가. 타인의 말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와규로 간다. 와규 꽃살을 보면 그저 아름답다. 선홍빛과 흰색의 조화가 아주 황금비율이다. 꽃모양이라서 꽃살 같지만 그 이상으로 골고루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이렇게만 봐도 아주 호화롭다고 느껴진다.

좀 더 자세히 보자. 이 정도 아름다움이면 바라만 봐도 배부르다. 뻥이다. 먹어야 배부르다. 알고 있다. 그냥 아름다움을 느끼는 척 해보았다. 고기는 구워야 제맛이다. 그래도 이 온전한 자태를 한번 더 봐보자. 알고 먹어야 더 맛있다.

굽는다. 고기. 치이이이이이이익치이이이이이익. 먹는다. 고기. 텁. 쩝쩝. 사르르. 환상. 
(선홍빛 고기에서 점점 익혀져 가는 고기를 색으로 표현해 보았다.)

꽃살은 딱 이렇게 먹는 것이다. 두 명이서 먹는다면 두 점만 올린다. 나중에는 네 점이나 여섯 점까지 올려도 되지만, 적어도 처음에는 한 점 한 점 음미한다. 그렇게해서 화로 중앙에 올려놓고 약 1분 안되게 기다린다. 뒤집는다. 약간은 짙은 갈색이 아니다 싶으면 재빨리 화들짝 뒤집어서 추가 굽기를 해서 더 익힌다. 그리고 뒤집어서 이번에는 앞 면 굽기 때보다 10초가량 짧게 굽는다. 이미 고기가 데워졌기 때문에 그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는 네모나게 잘려진 고기의 한 쪽 귀퉁이로 소금에 살짝 찍는다. 소금 7~10알 정도만 묻힌다는 마음가짐으로 콕 찍어 입에 넣어보자. 소주가 곁들어 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아니다. 더할 나위가 있다. 구워먹는 치즈다. 소는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는 것 같다. 노동력을 주고, 고기도 주고, 유제품도 준다. 다 주는거다. 예전에 비해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 주물팬에 은박지가 같이 나오면서 들러붙는 것이 좀 아쉽다. 바로 구워먹는게 더 좋았는데... 아무튼 저 위의 고기 사진에서 옆에 있던 두부같이 생긴 것이 바로 구워먹는 치즈이다. 이거 노릇노릇 천천히 굽는다. 아주 노릇노릇해졌을 때 먹으면 새로운 기름진 고소함으로 먹는 이로 하여금 혀를 자극한다. 자극적인 맛은 아니지만 매우 자극된다. 그만큼 고소하다. 아니다. 고소하다 못해 꼬소하다. 이것이 바로 '구이몽' 꽃살의 더할 나위였다.

진짜 소고기 라면. 이름이 무려 '진짜 소고기 라면'. 후식으로 적당하다. 라면도 좋아하고 소고기도 좋아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고민이 있을 수 있다.

네이버에 검색해도 딱히 뾰족한 수는 안 나온다. 식도락 계에서는 엄청난 난제로 발전할 뻔한 이 문제를 '구이몽'은 진짜 소고기 라면을 통해 이미 해결하였다. 같이 먹으면 된다. 맛은? 뻔하다. 맛있다.

영화 매트릭스에는 스미스 요원이 나온다.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 세계에 갇혀 살다가 네오에 의해 그 구속이 풀리고, 자신을 악성코드처럼 온통 복제하며 감염시키고 끝내 기계에 맞서는 인간 편의 예언자인 오라클(매트릭스 세계에서는 백신과 같은 존재이자 프로그램)마저 감염시키고 흡수한다. 이 때에 자신이 수없이 복제해오던 것은 낮은 레벨에서의 활동들이었다면, 더 위대한 오라클을 흡수하자 뭔가 깨달음을 갖고 위 사진처럼 웃어댄다.  소설 구운몽에서처럼 그 동안의 부귀영화는 다 부질 없으며, 한 단계 높은 깨달음을 얻으면 비로소 진짜 세계를 아는 것처럼 '구이몽'은 그야말로 고기 인생에 큰 전환점을 주는 한방이 있는 식당이다.

'구이몽'에서 꽃살을 먹게 되면, 분명 당신도 저렇게 웃게 될 것이다.

웃어보자.


Posted by 민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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